• THE GATES
  • ART
  • GRIDS
  • BOOKS
  • GROWN-UPS
Aa LANGUAGES Español · 日本語 · 한국어 Translated books and language guides Choose a language →

10장

비스킷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더의 간지럼 시험에 도전하는 스머지

스머지의 증명

여행 일지

혼자 맞서기에는 너무 간지러운 일도 있다.

테더는 깃털을 상자 앞에 내려놓고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았다.

“규칙은 간단해. 발바닥을 제대로 간질일 거야. 원하면 언제든 멈출 수 있어.” 테더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멈추면… 실패야.”

스머지가 입을 열었다.

“네가 정말로, 진심으로 대칭의 성소를 원한다면.” 테더가 말을 이었다. “너희 둘에게 그곳이 말한 만큼 중요하다면, 이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겠지?”

침묵이 흘렀다.

몹시 불편한 침묵이었다.

스머지는 깃털을 바라보았다.

비스킷은 쿠션 사이로 몸을 조금 더 깊이 밀어 넣었다.

테더는 모았던 손을 풀고 깃털을 집어 들었다. “자.”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누가 할래?”

스머지는 테더를 바라보았다.

테더는 깃털을 바라보았다.

비스킷은 둘을 번갈아 보며 이 일에 조금도 끼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알았어.” 스머지가 말했다. “내가 할게.”

테더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정말?”

“그래.” 스머지는 마치 자기 발이 간지럼 따위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강철로 만들어진 것처럼 자신 있게 대답했다.

비스킷은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이 완전히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스킷은 꼬리로 스머지의 발을 몇 번만 제대로 간질여도 그를 달아나게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여러 번 해 본 적도 있었다. 특히 소파를 혼자 차지하고 싶을 때였다.

그래도 스머지는 양말을 벗었다. 그는 엄숙한 의식을 치르듯 자리에 기대앉아 두 발을 앞으로 올렸다. 비스킷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스머지 곁에 자리를 잡았다. 큰 관심과 온 마음을 다한 응원을 보낼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테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깃털을 들어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천천히 옮겼다.

아직 발에 닿지도 않았는데 스머지는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미소였다.

그러다 미소가 점점 커졌다.

다음에는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얼굴 전체가 구겨지더니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스머지는 배를 움켜쥐고 쿠션 옆으로 몸을 웅크렸다.

“그만, 그만! 못 견디겠어! 정말 못 하겠어!”

테더는 깃털을 내렸다. “스머지.”

“알아, 알아.” 스머지는 몸을 일으켜 눈물을 닦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좋아. 준비됐어. 이번에는 정말 준비됐어.”

테더가 다시 깃털을 들어 올렸다.

스머지는 약 1초 만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알아!” 스머지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냥… 생각만 해도 너무 간지러워. 못 견디겠어.”

“스머지.” 테더는 나무라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직 실제로 너를 간질이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지?”

스머지는 그렇다고 말하려 했지만 너무 웃고 있어서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어.” 테더가 말을 이었다.

“알아.”

“깃털은 지금 네 발에서…” 테더는 깃털을 들어 거리를 가늠했다. “거의 1미터나 떨어져 있어.”

“나도 알고 있어.” 스머지는 어느새 두 발을 몸 아래에 꼭 숨기고 앉아 있었다.

“하고 싶어.” 스머지가 말했다.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얼굴에는 진지하고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지만 그냥…”

스머지는 말을 멈추고 비스킷을 바라보았다. 진짜 비스킷 과자였다면 곧 잡아먹힐지도 모른다고 느낄 만한 눈빛이었다.

비스킷은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고개를 갸웃했다. 스머지를 보았다. 깃털을 보았다. 다시 스머지를 보았다.

그러고는 이해했다.

스머지는 따뜻하고 희망찬 미소를 지었다. 끔찍한 부탁을 하려는 사람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아주 잘 알 때 짓는 미소였다. 그는 옆에 놓인 의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비스킷, 그냥… 잠깐 여기 앉아 보는 건 어때? 편하게 말이야. 그냥…”

비스킷은 벌써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리 와, 착하지.” 스머지는 즉시 산책을 가거나 간식을 줄 때처럼 정말 훌륭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때만 사용하는 특별한 목소리로 말했다.

“착한 비스킷. 훌륭한 비스킷. 그냥 의자야. 좋은 의자. 친절한 의자.”

감사합니다

무료 공개 분량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스머지와 비스킷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험과 잘못 든 길, 수상한 여행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은 아직 대칭의 성소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스머지의 커다란 꿈』에 대해 더 알아보고 전체 책의 자세한 정보와 전자책 안내를 확인하려면 아래의 책 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책 소개 → ← 이전

스머지의 커다란 꿈

책 소개

『스머지의 커다란 꿈』 속으로

『스머지의 커다란 꿈』 앞표지
한국어로 읽기 영문판 Amazon에서 보기 한국어 페이지

스머지는 꿈속에서 대칭의 성소를 보았습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 분명 어딘가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딘가’는 그다지 쓸모 있는 주소가 아닙니다.

그래도 스머지는 비스킷과 함께 그곳을 찾아 나섭니다. 둘의 여정에는 이상한 시험과 잘못 든 길, 수상한 쿠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력자,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아는 강, 그리고 길을 제대로 막고 있는 트레버라는 염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스머지는 꿈을 좇는 일이 언제나 간단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때로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필요한 도움이 생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르게 찾아옵니다. 그리고 때로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딘 뒤에야 다음 걸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쾌하고 따뜻하며 은은한 마법이 깃든 『스머지의 커다란 꿈: 어딘가를 찾아서』는 상상력과 우정, 용기, 그리고 아직 길을 알지 못하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마음에 관한 모험 이야기입니다.

호기심 가득한 여행과 재미있는 동물들, 신비로운 장소, 그리고 아무리 큰 꿈도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잘 어울립니다.

9장

스머지와 비스킷에게 간지럼 시험을 보여 주는 테더

시험

여행 일지

작은 상자에도 끔찍한 것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스머지와 비스킷은 침대 위에 팔다리를 쭉 뻗고 누워 천장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만 보면 둘의 머릿속에서는 무언가 대단히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의미 있고, 무게감 있으며, 어쩌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생각. 위대한 결정이 태어나고, 운명이 정해지고, 역사가 만들어지는 깊고 진지한 고민 말이다.

스머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비스킷도 개가 아주 열심히 집중할 때 짓는 방식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아침으로 소시지가 나오면 좋겠다.” 마침내 스머지가 말했다.

비스킷은 꼬리를 흔들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뜻이었다.

둘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번에는 어떤 소시지를 먹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했다. 스머지는 끝부분이 살짝 바삭하게 구워진 굵은 돼지고기 소시지를 좋아했다. 비스킷은 딱히 까다롭지 않았다. 모든 소시지를 평등하게 사랑했다.

소시지에 관한 침묵이 잠시 이어졌다.

그러다 느리고 신중한 노크 소리가 그 침묵을 깨뜨렸다. 똑.

잠시 후 또 한 번. 똑. 그리고 세 번째. 똑. 단단하고 일정한 간격의 노크 세 번이었다.

스머지와 비스킷은 얼어붙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문을 바라보았다.

“네가 열어.” 스머지가 말했다.

비스킷은 스머지가 열라는 뜻을 아주 분명한 몸짓으로 표현했다.

둘은 몇 초 동안 더 문을 바라보았다.

“들어오세요!” 스머지가 외쳤다.

“멍!” 비스킷도 덧붙였다.

문이 끼익 열리고 테더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스머지는 즉시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테더는 전보다도 말이 없었고, 훨씬 진지해 보였다.

미소도 전혀 짓고 있지 않았다. 한쪽 팔 아래에는 작고 장식 없는 납작한 상자를 끼고 있었다. 보통 상자라기보다는 얇은 보관함처럼 생겼다.

“잘 잤어?” 테더가 마침내 물었다.

스머지와 비스킷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더도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천천히 방을 가로질렀다. 그녀는 상자를 작은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둘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서.” 테더가 말했다. “대칭의 성소에 가고 싶다고 했지.”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머지는 대답했다.

“맞아.” 그는 조금 더 반듯하게 앉았다.

“좋아.” 테더가 말했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네.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스머지의 얼굴이 즉시 환해졌다. 비스킷의 꼬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더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걸 증명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해.”

“뭘 증명해?” 스머지가 물었다.

“네가 정말로 원한다는 것.” 테더가 말했다. “정말, 정말로 원한다는 것.”

스머지는 눈을 깜빡였다. “방금 원한다고 말했잖아.”

“그래.” 테더는 상자 위에 손을 가볍게 올려놓았다. “하지만 말로는 뭐든 쉽지.”

스머지는 얼굴을 찌푸렸다. 비스킷의 꼬리가 느려졌다.

“우리는 정말로 원해.” 스머지가 다시 주장했다.

비스킷도 힘차게 “멍!” 하고 짖어 그 주장을 강력히 지지했다.

테더는 단호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건 쉬울 거야.” 그녀는 상자를 둘 쪽으로 천천히 밀었다. “양말을 벗어.”

스머지는 잠시 멈췄다. “뭐라고?”

“양말을 벗고 편하게 앉아. 발을 올려.”

비스킷은 고개를 갸웃했다. 스머지는 얼굴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상자 안에 뭐가 있는데?” 스머지가 물었다.

테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상자의 앞면이 둘을 향하도록 돌린 뒤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스머지가 보았다.

비스킷도 보았다.

둘은 함께 상자 안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깃털이 하나 들어 있었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깃털 하나.

스머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그가 말했다.

테더는 깃털을 집어 손가락 두 개 사이에 가볍게 들었다.

“그럴 수는 없어.” 스머지가 말했다. “아니, 내 말은…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뭐든 할게. 다른 일이라면 뭐든지. 뭔가를 기어오를 수도 있고, 뛰어넘을 수도 있고… 비스킷, 너도 뭐라고 말해 봐!”

비스킷은 이미 스머지를 버리고 쿠션 뒤에 숨어 있었다.

테더의 얼굴에 작고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건.” 그녀가 말했다. “간지럼 시험이야.”

← 이전 다음 →

8장

테더가 밧줄을 풀어 준 뒤 안전하게 착지하는 스머지와 비스킷

착지

여행 일지

새로 시작하면 기분이 좋다.

스머지는 눈을 깜빡였다. 방금 몸속에서 폭발하듯 쏟아져 나온 진실들 때문에 머릿속이 멍했다.

“우리는… 음… 대칭의 성소를 찾고 있어.” 그가 마침내 말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모양도 있고, 빛나는 기하학 무늬도 있고… 그런 곳 말이야. 우리는 그곳을 찾고 싶어.”

테더의 표정이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정말 아주 조금이었지만, 스머지는 알아차렸다.

“아.” 테더가 조용히 말했다. “그게 네 꿈이구나?”

스머지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거꾸로 매달려 있었으므로 두 손을 아래로 내린 셈이었지만, 그런 세세한 이야기는 넘어가자.

“그곳을 알아?!”

테더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둘에게 다가와 손을 뻗고, 밧줄 하나를 아주 가볍고 우아하게 잡아당겼다.

하지만 스머지와 비스킷이 땅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조금도 우아하지 않았다. 스머지는 “으윽!”, 비스킷은 “멍!”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비스킷이 스머지 위에 착지했다.

“그래도 이제 새로 시작할 수는 있겠네.” 테더가 말했다. “깨끗이 털어놓았으니까. 그러지 않았다면 애초에 멀리 가지도 못했을 거야.”

스머지는 뒤통수를 문지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테더는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 그녀가 말했다. “자야지.” 테더는 가지런히 정돈된 침대와 작은 개 바구니를 가볍게 가리켰다.

“찬장 안에 평범한 쿠키가 조금 있어. 마음껏 먹어도 돼.” 그녀는 잠시 멈추고 둘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테더가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그 말을 남기고 테더는 방을 나갔다.

스머지는 그녀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

한편 비스킷은 벌써 찬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부끄러운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 이전 다음 →

7장

거꾸로 매달린 채 테더를 만나는 스머지와 비스킷

진실

여행 일지

감추지 마라.

스머지가 매달려 있었다. 비스킷도 매달려 있었다. 둘은 영문을 몰라 하는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린 장식 두 개처럼, 느리고 비장하게 같은 박자로 흔들렸다.

“음.” 잠시 후 스머지가 입을 열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네.”

둘은 거꾸로 매달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다 몹시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하면 여기서…”

“진실 쿠키는 맛있었니?”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가 스머지의 말을 끊었다.

한 인물이 방 한가운데로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가장자리가 해진 조각보 외투를 입고 있었다. 허리띠에는 가지런히 감긴 밧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도구를 비롯해 온갖 장비가 달려 있었다. 표정은 좀처럼 읽기 어려웠지만, 어딘가 살짝 재미있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테더야.” 그녀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매듭을 좀 아는 사람이 필요한 모양이네.”

스머지가 숨을 들이켰다. “쿠키 함정을 만든 게 너였어!”

비스킷도 거꾸로 매달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번 짖었다.

“내가 만든 건 아무것도 없어.” 테더가 말했다. “그냥 밧줄을 조금 놔뒀을 뿐이지.” 그녀는 턱짓으로 둘을 가리켰다. “너희가 스스로 걸려든 거야.”

그 말은 맞았다. 사실 100퍼센트 맞았다. 둘은 허락도 없이 집 안에 들어와 남의 쿠키를 마음대로 먹었다.

테더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정말이지. 진실 쿠키 한 접시를 내놓으면 별별 손님이 다 찾아온다니까.”

진실 쿠키? 스머지는 생각했다. 왜 자꾸 그렇게 부르는 거지?

그때 스머지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간질간질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목구멍에서는 무언가 톡톡 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이건 안 돼.

이것만은 절대로 안 돼.

“나… 고백할 게 있어!” 스머지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 말했다.

그는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테더가 미소 지었다. “그래?”

스머지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말을 멈추려고 했다. 다른 것을 생각하려고 했다. 구름. 삼각형. 브로콜리. 뭐든 좋았다.

하지만 말들이 불꽃놀이처럼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마지막 치즈 샌드위치를 내가 먹고 비스킷이 먹었다고 한 적이 있어!”

비스킷이 배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짖었다.

“미안해!” 스머지가 울부짖었다. “너무 맛있었어! 엄마가 화를 내니까 겁이 나서 그랬어!”

비스킷은 거꾸로 매달린 채 충격에 빠져 흔들렸다.

“그리고, 그리고…” 스머지는 말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사실 나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대부분이야!”

테더가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래. 또 없어?”

“작년까지 어둠이 무서웠어!”

“가끔은 ‘다각형’이 무슨 뜻인지 아는 척해!”

“계획도 없으면서 비스킷한테 계획이 있다고 말한 적도 있어!”

또 다른 진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

스머지가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두었던 자잘한 비밀들이 모두 쏟아졌다.

비스킷의 진실 쿠키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조금 더 오래 걸렸다. 하지만 결국 비스킷에게도 효과가 나타났다.

“멍!”

통역하자면 이런 뜻이었다. 아까 마법 같은 걸 느낀 게 아니야! 그냥 쿠키 냄새를 맡았을 뿐이야!

스머지가 숨을 들이켰다. “그럴 줄 알았어!”

테더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 바로 그거야. 전부 털어놔. 하나도 남기지 말고…”

둘은 정말로 전부 털어놓았다.

몇 시간은 흐른 것처럼 느껴질 만큼 오랫동안, 진실이 멈출 수 없는 폭포처럼 둘에게서 쏟아졌다. 둘은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지킬 수 있는 최대한의 품위를 지키며, 한 번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던 모든 진실을 고백했다. 그 고백 하나하나가 둘을 조금씩, 조용히 자유롭게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스머지는 자신이 저지른 온갖 자잘한 일을 고백했다. 마지막 케이크 조각을 누가 먹었는지 모른다고 했던 일. 먹은 사람은 스머지였다. 진흙 묻은 발자국을 비스킷 탓으로 돌렸던 일. 그것도 스머지였다.

엄마가 가장 아끼는 펜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척했던 일. 펜은 아직도 스머지의 주머니 안에 있었다. 그리고 비스킷이 코를 골아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던 일. 사실은 신경 쓰였다. 진실 쿠키의 힘에 사로잡힌 비스킷도 짖고, 낑낑거리고, 컹컹거리며 자기 비밀을 털어놓았다.

씹어 망가뜨린 신발들. 정원에 생긴 수상한 구덩이. 비스킷이 판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스머지가 과자를 어디에 숨기는지 늘 알고 있었다는 사실. 비스킷은 그저 스머지가 자기가 영리하다고 믿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이었다.

마침내 모든 고백이 끝났을 때, 둘은 축축한 행주 두 장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마음까지 탈탈 짜인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보다 훨씬 가벼웠다.

테더는 더 이상 숨겨 둔 비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그녀가 말했다. “이제 너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말해 볼래?”

← 이전 다음 →

6장

쿠키를 먹은 뒤 밧줄 덫에 걸린 스머지와 비스킷

쿠키

여행 일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면, 그 느낌에 귀 기울여라.

집 안은 이상할 만큼 완벽했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고, 벽난로에서는 따뜻한 불이 타닥타닥 타오르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방 한가운데에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의자 두 개. 컵 두 개. 접시 두 개. 세 개도 아니고, 한 개도 아니었다. 두 개였다. 그리고 식탁 한가운데에는 갓 구운 따뜻한 황금빛 쿠키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 사는 집이 틀림없어.” 스머지가 결론을 내렸다.

놀랍지 않게도 방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스킷은 벌써 의자 하나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누군가 자기를 대접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공손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짐작했겠지만, 비스킷은 쿠키에 유난히 약했다.

“비스킷.” 스머지가 경고했다. “먹으면 안 돼. 정말이야. 누가 만든 건지도 모르고…”

그때 스머지의 코에도 냄새가 닿았다.

따뜻했다. 달콤했다. 조금은 마법 같은 냄새였다.

“아…” 스머지가 중얼거렸다. “이런. 정말 맛있는 냄새잖아.”

스머지의 배가 요란하게 꼬르륵거렸다. 고맙지만, 이제부터 결정은 내가 맡을게.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좋아.” 스머지는 한숨을 쉬며 다른 의자에 올라앉았다. “딱 하나만. 아주 조금 맛만 보는 거야. 부스러기 하나만.”

스머지가 손을 뻗었다. 비스킷도 앞발을 뻗었다. 둘의 손가락과 앞발이 따뜻한 쿠키에 동시에 닿았다.

둘은 쿠키를 집어 들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한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휘이이익!

바닥이 꺼졌다.

의자들이 사라졌다.

식탁이 종이처럼 접혔다.

스머지와 비스킷은 밧줄과 매듭이 마구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머지는 외치려고 했다. “이건 정말 끔찍한 선택이었어!”

하지만 실제로 나온 소리는 이것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악!”

둘은 위로 솟구쳤다.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철컥!

모든 것이 멈췄다.

스머지는 두 발목이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비스킷도 그 옆에 매달려 있었다. 네 발은 가지런한 매듭으로 묶여 있었고, 비스킷은 어리둥절한 털북숭이 시계추처럼 살랑살랑 흔들렸다.

스머지는 입 안에 남아 있던 쿠키를 삼킨 뒤 눈을 깜빡였다. “비스킷…?”

비스킷이 작고 민망한 목소리로 낑낑거렸다.

둘은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 대신 약간 말썽을 부린 뒤, 이 일이 적어도 어느 정도는—아니, 솔직히 전부—자기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차분한 체념 속에서 얌전히 매달려 있었다.

← 이전 다음 →

5장

수상한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는 스머지와 비스킷

말썽

여행 일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에는 이유가 있다.

“가자!” 스머지는 갑자기 기운을 되찾고 집을 향해 서둘렀다. 비스킷도 코를 벌름거리며 그 옆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비스킷은 뒤쪽의 추위와 어둠을 돌아보았다. 저런 곳보다는 따뜻하고 아늑한 집이 훨씬 나았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가까이에서 보니 집은 훨씬 더 근사했다. 두 창문은 반듯한 사각형 모양으로 빛났고, 지붕은 스머지가 알아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럽고 정확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아늑하고 다정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이상할 만큼 가지런했다. 마치 누군가가 아주 공들여 그린 그림 같았다.

얼핏 보기에는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었다. 집 여기저기에 걸린 수상한 끈과 가느다란 밧줄들만 빼면 말이다. 반듯한 고리들. 깔끔하게 묶인 매듭들. 전문가가 만든 듯한 땋은 밧줄들. 스머지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것들 때문에 집 전체가 더욱…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스머지는 문을 두드렸다.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두드렸다.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둘이 문 앞에 서 있는 동안 바람이 나무 사이로 울부짖었다. 비스킷은 발을 번갈아 들며 작게 낑낑거렸다. 스머지의 배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비는 계속 내렸다. 바람도 계속 불었다. 하지만 밖에 서 있고 싶은 마음은 계속되지 않았다.

스머지는 가능한 선택들을 신중히 생각해 보았다. 한 가지를 제외하면 모든 선택에는 계속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비스킷의 표정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따뜻해 보이고, 마법 같은 느낌도 나. 지금은 그 정도만 알면 충분해.

스머지는 희망을 담아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문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끼이이이익…

문은 마치 처음부터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천천히 부드럽게 저절로 열렸다.

스머지와 비스킷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주 특별한 의미가 담긴 눈빛이었다. 이건 끔찍한 생각일지도 몰라. 하지만 동시에 이런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춥고, 배고프고, 샌드위치도 다 먹었으니까…

스머지의 가슴속에서 작은 의심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열린 문틈으로 흘러나온 따뜻한 공기가 부드러운 담요처럼 몸을 감쌌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달콤한 냄새도 났다. 둘은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들어갔다.

← 이전 다음 →

4장

춥고 비 내리는 길에서 따뜻한 집을 발견한 스머지와 비스킷

추위

여행 일지

찾는 것만 보이는 법이다.

그날은 멋지게 시작되었다. 아니, 완벽하게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았다. 스머지와 비스킷은 마침내 길을 나섰다. 비스킷의 발은 타닥타닥 땅을 두드렸고, 스머지의 장화는 쿵쿵 소리를 냈다. 둘은 고개를 높이 들고 당당하게 걸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따뜻했다. 앞으로 뻗은 길은 마치 둘만을 위해 특별히 펼쳐 놓은 것 같았다.

“이제 그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어.” 스머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쉬워 보였다. 모든 것이… 뭐랄까… 아름다웠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달라지곤 하니까.

먼저 따뜻하던 바람이 서늘해졌다.

서늘한 바람은 차가운 바람이 되었다.

차가운 바람은 몹시 차가운 바람이 되었다.

작은 구름들이 슬금슬금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러더니 그 뒤로 커다란 잿빛 아빠 구름들이 따라왔다. 세상에서 색깔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스머지의 신바람마저 사그라들었다. 신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진심인 스머지에게는 꽤 놀라운 일이었다.

비스킷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스머지도 떨기 시작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고 발끝은 꽁꽁 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든든하게 느껴졌던 둘의 배낭은 이제 걱정스러울 만큼 텅 비어 있었다.

둘은 춥고 어둡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나란히 서 있었다. 그제야 스머지는 조금 늦게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 여행은 준비를 썩 잘한 편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있겠지.” 스머지는 기분을 달래려고 혼잣말했다.

그 말은 맞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마.” 스머지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곧바로 당황했다. “으아악! 당황하지 마! 비스킷,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당황하면 안 돼!”

스머지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든 채 조그맣고 정신없는 원을 그리며 뛰어다녔다. “아무 문제 없어! 전부 괜찮아!”

비스킷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칭찬할 만한 태도였다.

그리고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던 바로 그때, 스머지는 그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집이 한 채 있었다.

제대로 된 집이었다.

창문에서는 따뜻한 황금빛이 흘러나왔다. 작은 굴뚝에서는 연기가 완벽한 곡선을 그리며 피어올랐다. 안에서 따끈한 불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차분하고 든든한 연기였다. 집은 그 자리에 태연히 서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비스킷… 아까도 저 집이 있었나?”

비스킷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스머지도 확신이 없었다. 어떻게 집 한 채를 통째로 지나치고도 알아보지 못할 수가 있었을까?

그때는 집을 찾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정말이지 간절히 찾고 있었다.

← 이전 다음 →

3장

엄마가 배낭에 넣어 준 일지를 발견한 스머지

일지

스머지와 비스킷은 적어도 일곱 시간은 걸은 듯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여덟 시간. 아니, 아홉 시간일지도 몰랐다.

스머지는 몹시 과장된 몸짓으로 이마를 훔쳤다. “이건 여행 역사상 그 누구도 해 본 적 없는 가장 긴 여행이야.”

비스킷은 스머지를 바라보았다.

과장 좀 그만해. 딱 그런 표정이었다.

둘이 출발한 집은 여전히 뒤쪽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엄마는 창가에 서서 차 한 잔을 든 채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감한 꼬마 모험가가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꼬마 모험가는 현재 집에서 열아홉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다. 스머지가 손을 흔들었다. 비스킷이 꼬리를 흔들었다. 엄마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스머지는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음… 잠깐 쉬어 가는 편이 좋겠어. 너무 무리하면 안 되잖아?”

비스킷은 눈을 굴렸지만, 털썩 주저앉는 것으로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스머지는 풀밭에 주저앉아 배낭을 앞으로 돌렸다. “엄마가 뭘 챙겨 주셨는지 보자.”

배낭에서는 아름답게 포장된 샌드위치 두 개가 나왔다. 반듯한 삼각형 모양에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었고, 빵 껍질도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엄마는 스머지가 훌륭한 기하학을 알아볼 줄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 스머지가 놀라서 외쳤다. “이건 뭐지?”

간식 아래에는 작은 꾸러미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스머지는 꾸러미를 모든 각도에서 꼼꼼히 살펴본 뒤 포장을 뜯었다.

안에는 작지만 튼튼한 일지가 들어 있었다. 표지는 짙은 파란색이었고, 앞면에는 희미한 기하학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일지 안에는 곱게 접힌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모험을 위한 선물이야. 가는 길에 발견하는 모든 것을 엄마를 위해 기록해 줘.
—엄마

스머지는 엄마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그다지 신이 나지는 않았다. 일지에는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길고 장황한 글을. 글쓰기는 스머지의 가장 강력한 숙적이었다.

스머지는 일지를 툭 소리가 나게 덮었다.

“뭐, 꼭 완벽하게 쓸 필요는 없겠지? 어디 한번 해 보자.” 스머지는 일지를 옆에 내려놓고 샌드위치를 꺼냈다.

샌드위치는 맛있었다. 너무 맛있었다. 스머지는 한꺼번에 전부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 잘 알고 있었다. 엄마가 샌드위치를 적어도 5분보다는 오래 먹으라고 준비해 주었다는 것도 분명했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너무나 대칭적이었다. 너무나 완벽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있었다.

“반은 남겨 둘 거야.” 스머지는 용감하게 선언했다.

조심스럽게 한입을 베어 물었다.

그리고 또 한입.

그다음에는 별로 조심스럽지 않은 한입.

그러고 나니 어느새 샌드위치 두 개와 간식의 절반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비스킷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스머지를 바라보았다. 흔들리던 꼬리도 중간에 멈췄다.

스머지는 어깨를 으쓱했다.

비스킷은 코로 후욱 숨을 내쉬었다. 전 세계 모든 개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신호였다. 그래서 내 몫은?

← 이전 다음 →

2장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하는 스머지와 비스킷

선택

비스킷이 스머지를 올려다보았다. 스머지는 비스킷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둘 사이에서는 누가 자기가 뭘 하는지 더 모르는지를 가리는 조용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승부는 팽팽했다. 아주 팽팽했다. 하지만 스머지가 이겼다. 오랜 수련 덕분이었다.

“자.” 스머지는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며 말했다. “한 가지는 확실해… 대칭의 성소는 여기에 없어.”

“멍!” 비스킷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듯 짖었다.

“그렇다면 일단 출발하는 수밖에 없겠네.”

“멍!” 비스킷은 이번에도 동의했다.

“모든 여행은 한 걸음에서 시작되는 법이지.” 스머지는 몹시 비장하게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딘 뒤 정원 길을 힘차게 행진했다. 비스킷은 꼬리도 희망도 한껏 치켜든 채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쉽잖아. 스머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원 대문에 도착해 밖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이제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스머지는 턱을 톡톡 두드리며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왼쪽은 그럴듯해 보였다. 왼쪽은 반듯해 보였다. 제대로 된 선택, 어른다운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왼쪽을 고를 것 같았다. 바로 나잖아.

스머지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어른 스머지.

“왼쪽이 옳은 쪽 같아.” 스머지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고는 잠시 멈칫했다. 왼쪽이 어떻게 옳은 쪽일 수 있지?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스머지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비스킷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머지는 몇 걸음을 걷다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어서 와, 비스킷! 우리는 왼쪽으로 가는 거야! 왼쪽이 옳은 쪽이라고!”

비스킷은 스머지가 완전히 틀렸다는 듯 바라보더니, 작고 털북숭이인 석상처럼 그 자리에 딱 붙어 앉았다. 그러고는 스머지에게 등을 돌린 채 오른쪽 길을 지극히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스머지가 몇 걸음 더 걸었다. “비스킷, 이쪽이라니까…”

비스킷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는 완벽한 예였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비스킷은 보통 어디든 스머지를 따라갔다. 찬장 안에도 따라갔고, 탁자 밑에도 따라갔다. 한 번은 재활용 수거함 안까지 따라간 적도 있었다. 둘은 하마터면 함께 재활용될 뻔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스킷에게는 스머지를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스머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먼저 비스킷을 보았다. 그다음 오른쪽 길을 보았다.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길이었다. 아주 평범한 길. 운명을 알리는 빛나는 표지판도 없었다. 마법 나비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스머지는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네가 고른 길로 갈게. 하지만 네가 귀엽고, 내가 널 사랑해서 그러는 것뿐이야.”

스머지는 홱 돌아서서 비스킷을 향해, 그리고 비스킷을 지나쳐 오른쪽 길로 힘차게 걸어갔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작고 조용한 느낌 하나가 살짝 날갯짓했다.

음… 오른쪽이 정말 옳은 쪽처럼 느껴지기는 하네. 스머지는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애쓰느라, 오른쪽 길이 실제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무들은 조금 더 푸르러 보였다. 꽃들은 조금 더 환하게 피어 있었다. 머리 위의 하늘은 다정한 푸른빛으로 활짝 열렸다. 스머지가 왼쪽 길을 돌아보자, 그쪽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스머지는 등을 꼿꼿이 펴고 처음부터 이것이 자신의 계획이었던 척했다.

“그래, 뭐.” 그가 거창하게 말했다. “난 처음부터 오른쪽이 옳은 쪽인 줄 알았어. 오른쪽인데 어떻게 옳지 않을 수 있겠어?” 스머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비스킷은 이미 자신만만하게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말없이 승리를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스머지는 전에도 가끔 했던 생각을 다시 했다. 비스킷에게는 짖는 소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밀스러운 감각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도 혼자만 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 이전 다음 →

1장

모험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스머지와 비스킷

꿈

스머지는 지금 중대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렇다. 스머지는 정말로 대단한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스머지 앞에 활짝 열려 있었다. 물론 비스킷 앞에도 열려 있었다. 비스킷은 스머지의 개였고, 중요한 발표에는 자기 이름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늘 주장했으니까. 이제 그 무엇도 둘을 막을 수 없었다. 모험은 시작되었다. 운명의 바람이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뭐, 그런 셈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직은.

스머지와 비스킷은 여전히 자기 집 현관 앞에 앉아 있었다. 둘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아주 작고 조그마한 한 걸음조차 떼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 뒤로 간 셈일지도 몰랐다. 어느새 스머지가 등을 현관문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스킷은 아침으로 받은 과자도 아직 다 먹지 못했지만, 스머지는 자기 몫을 벌써 깨끗이 먹어 치운 뒤였다.

하지만 곧—정말이지 곧—둘은 멋진 곳으로 떠날 것이었다. 아주 크고 경이로운 곳으로. 마법 같은 곳으로. 생각만 해도 스머지의 가슴이 터질 듯 설레는 곳으로. 문제는 둘이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위치도 몰랐고, 지도에서 콕 집어 가리킬 수도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안다면서, 정작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여러분은 아마 이렇게 궁금할지도 모른다. 자, 설명해 보겠다.

스머지는 무언가를 보았다. 꿈속에서 보았다. 아무 꿈이나 아니었다. 바로 ‘그 꿈’이었다.

그곳은 하나의 장소이자 환상이었다. 집 같으면서도 집은 아닌 곳. 바로 대칭의 성소였다.

그곳 전체가 숨을 쉬듯 일렁이며 빛났다. 빛과 생명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높은 아치와 굳건한 기둥들이 고요한 조화를 이루며 솟아 있었고, 둥근 창문들은 달처럼 빛을 머금었다. 벽마다 무늬가 굽이치며 끝없이 펼쳐졌다. 원 안에 또 다른 원이 있었고, 영원히 돌아갈 것만 같은 나선이 이어졌다. 스머지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빛나는 도형들도 보았다.

스머지는 평생 그런 곳을 본 적이 없었다. 책에서도 보지 못했고, 숲에서도 보지 못했다. 구름 모양 속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참고로 스머지는 구름 관찰이라면 상당한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 꿈은 친절하게 길까지 알려 주지는 않았다. 지도도 없었다. 안내자도 없었다. “신비한 신전은 이쪽!”이라고 알려 주는 표지판도 없었다. 스머지에게 있는 것은 마음 깊은 곳의 느낌 하나뿐이었다. 그 느낌은 너무나 크고 환해서, 따뜻한 햇살처럼 스머지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스머지는 반드시 그곳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틀림없이 그곳에 도착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보이는 것 같았다. 대칭의 성소 계단에 비스킷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모든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또렷했다. 눈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마음과 생각으로 본 것이었다.

스머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충분하고도 남았다.

← 목차 다음 →

스머지의 커다란 꿈

 

어딘가를 찾아서

Smudge Dreams Big 책 표지

스머지에게는 꿈이 있지만, 그 꿈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는 모릅니다.

스머지가 ‘어딘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따라가 보세요. 뜻밖의 장애물과 예상하지 못한 도움을 만나고, 유난히 말썽 많은 산 하나와도 맞닥뜨립니다.

이야기 시작하기 EPUB 다운로드
한국어 + English
같은 이야기를 영어로도 읽어 보세요

한국어로 읽은 스머지의 모험을 영어판과 함께 읽어 보세요. 같은 첫 10개 장을 영어로도 온라인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영어 샘플 읽기 →
온라인으로 읽기

목차

1. 꿈 2. 선택 3. 일지 4. 추위 5. 말썽 6. 쿠키 7. 진실 8. 착지 9. 시험 10. 스머지의 증명
전체 책

모험은 계속됩니다

온라인 샘플은 10장에서 끝나지만, 스머지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어 완전판에는 30개 장과 에필로그가 모두 담겨 있어, 스머지가 마침내 ‘어딘가’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전체 EPUB 다운로드 영어판 책 소개 모든 책 보기
1장 시작하기 →
X IG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