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꿈
스머지는 지금 중대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렇다. 스머지는 정말로 대단한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스머지 앞에 활짝 열려 있었다. 물론 비스킷 앞에도 열려 있었다. 비스킷은 스머지의 개였고, 중요한 발표에는 자기 이름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늘 주장했으니까. 이제 그 무엇도 둘을 막을 수 없었다. 모험은 시작되었다. 운명의 바람이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뭐, 그런 셈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직은.
스머지와 비스킷은 여전히 자기 집 현관 앞에 앉아 있었다. 둘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아주 작고 조그마한 한 걸음조차 떼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 뒤로 간 셈일지도 몰랐다. 어느새 스머지가 등을 현관문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스킷은 아침으로 받은 과자도 아직 다 먹지 못했지만, 스머지는 자기 몫을 벌써 깨끗이 먹어 치운 뒤였다.
하지만 곧—정말이지 곧—둘은 멋진 곳으로 떠날 것이었다. 아주 크고 경이로운 곳으로. 마법 같은 곳으로. 생각만 해도 스머지의 가슴이 터질 듯 설레는 곳으로. 문제는 둘이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위치도 몰랐고, 지도에서 콕 집어 가리킬 수도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안다면서, 정작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여러분은 아마 이렇게 궁금할지도 모른다. 자, 설명해 보겠다.
스머지는 무언가를 보았다. 꿈속에서 보았다. 아무 꿈이나 아니었다. 바로 ‘그 꿈’이었다.
그곳은 하나의 장소이자 환상이었다. 집 같으면서도 집은 아닌 곳. 바로 대칭의 성소였다.
그곳 전체가 숨을 쉬듯 일렁이며 빛났다. 빛과 생명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높은 아치와 굳건한 기둥들이 고요한 조화를 이루며 솟아 있었고, 둥근 창문들은 달처럼 빛을 머금었다. 벽마다 무늬가 굽이치며 끝없이 펼쳐졌다. 원 안에 또 다른 원이 있었고, 영원히 돌아갈 것만 같은 나선이 이어졌다. 스머지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빛나는 도형들도 보았다.
스머지는 평생 그런 곳을 본 적이 없었다. 책에서도 보지 못했고, 숲에서도 보지 못했다. 구름 모양 속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참고로 스머지는 구름 관찰이라면 상당한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 꿈은 친절하게 길까지 알려 주지는 않았다. 지도도 없었다. 안내자도 없었다. “신비한 신전은 이쪽!”이라고 알려 주는 표지판도 없었다. 스머지에게 있는 것은 마음 깊은 곳의 느낌 하나뿐이었다. 그 느낌은 너무나 크고 환해서, 따뜻한 햇살처럼 스머지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스머지는 반드시 그곳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틀림없이 그곳에 도착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보이는 것 같았다. 대칭의 성소 계단에 비스킷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모든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또렷했다. 눈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마음과 생각으로 본 것이었다.
스머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충분하고도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