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선택
비스킷이 스머지를 올려다보았다. 스머지는 비스킷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둘 사이에서는 누가 자기가 뭘 하는지 더 모르는지를 가리는 조용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승부는 팽팽했다. 아주 팽팽했다. 하지만 스머지가 이겼다. 오랜 수련 덕분이었다.
“자.” 스머지는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며 말했다. “한 가지는 확실해… 대칭의 성소는 여기에 없어.”
“멍!” 비스킷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듯 짖었다.
“그렇다면 일단 출발하는 수밖에 없겠네.”
“멍!” 비스킷은 이번에도 동의했다.
“모든 여행은 한 걸음에서 시작되는 법이지.” 스머지는 몹시 비장하게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딘 뒤 정원 길을 힘차게 행진했다. 비스킷은 꼬리도 희망도 한껏 치켜든 채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쉽잖아. 스머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원 대문에 도착해 밖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이제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스머지는 턱을 톡톡 두드리며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왼쪽은 그럴듯해 보였다. 왼쪽은 반듯해 보였다. 제대로 된 선택, 어른다운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왼쪽을 고를 것 같았다. 바로 나잖아.
스머지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어른 스머지.
“왼쪽이 옳은 쪽 같아.” 스머지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고는 잠시 멈칫했다. 왼쪽이 어떻게 옳은 쪽일 수 있지?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스머지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비스킷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머지는 몇 걸음을 걷다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어서 와, 비스킷! 우리는 왼쪽으로 가는 거야! 왼쪽이 옳은 쪽이라고!”
비스킷은 스머지가 완전히 틀렸다는 듯 바라보더니, 작고 털북숭이인 석상처럼 그 자리에 딱 붙어 앉았다. 그러고는 스머지에게 등을 돌린 채 오른쪽 길을 지극히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스머지가 몇 걸음 더 걸었다. “비스킷, 이쪽이라니까…”
비스킷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는 완벽한 예였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비스킷은 보통 어디든 스머지를 따라갔다. 찬장 안에도 따라갔고, 탁자 밑에도 따라갔다. 한 번은 재활용 수거함 안까지 따라간 적도 있었다. 둘은 하마터면 함께 재활용될 뻔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스킷에게는 스머지를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스머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먼저 비스킷을 보았다. 그다음 오른쪽 길을 보았다.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길이었다. 아주 평범한 길. 운명을 알리는 빛나는 표지판도 없었다. 마법 나비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스머지는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네가 고른 길로 갈게. 하지만 네가 귀엽고, 내가 널 사랑해서 그러는 것뿐이야.”
스머지는 홱 돌아서서 비스킷을 향해, 그리고 비스킷을 지나쳐 오른쪽 길로 힘차게 걸어갔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작고 조용한 느낌 하나가 살짝 날갯짓했다.
음… 오른쪽이 정말 옳은 쪽처럼 느껴지기는 하네. 스머지는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애쓰느라, 오른쪽 길이 실제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무들은 조금 더 푸르러 보였다. 꽃들은 조금 더 환하게 피어 있었다. 머리 위의 하늘은 다정한 푸른빛으로 활짝 열렸다. 스머지가 왼쪽 길을 돌아보자, 그쪽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스머지는 등을 꼿꼿이 펴고 처음부터 이것이 자신의 계획이었던 척했다.
“그래, 뭐.” 그가 거창하게 말했다. “난 처음부터 오른쪽이 옳은 쪽인 줄 알았어. 오른쪽인데 어떻게 옳지 않을 수 있겠어?” 스머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비스킷은 이미 자신만만하게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말없이 승리를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스머지는 전에도 가끔 했던 생각을 다시 했다. 비스킷에게는 짖는 소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밀스러운 감각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도 혼자만 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